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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독서

[북 리뷰] 이민진의 파친코

by 빛의 일꾼 2022. 11. 27.

 

파친코 책

인생의 전부를 들여 쓴 소설이다.

이민진은 파친코를 내 삶의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쓴 소설이며, 또한 처음부터 작가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건강의 문제를 겪게 되자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은 게임이지만 계속되어야 하며, 도덕성과 선량한 의도를 갖춰야 하는 우리 삶은 과연 무엇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2017년 처음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그 해 전미도서상 픽션 부분의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NYT(뉴욕타임즈)나 다른 미디어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애플TV의 드라마로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다. 파친코는 이민진 작가가 30년간 집필한 대하소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양의 자료와 조사를 토대로 쓰여진 이민진 작가의 역작이다. 파친코에 앞서 이민진 작가는 2008년에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발표했으며 ,지금 세 번째 작품으로 <아메리칸 학원>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교육열에 관한 책인 <아메리칸 학원> 또한 이민진 작가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에 나 또한 이민진을 아끼는 독자들과 함께 이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파친코는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자이니치),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영어로 쓴 그의 첫 번째 소설이다. 그는 출간을 기념하는 북 토크에서 " 소설은 거짓말이지만 독자를 만들기 위해서 감정적으로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사실주의적인 소설이기에 사실에 입각한 실제의 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출간기념 인터뷰를 했다.

 

이민진은 오랜 시간 쓴 초고를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글이 정치적이고 지적으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강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그러한 좌절과 실수가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담담하게 출간기념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파친코는 디아스포라(diaspora 고국을 떠난 사람) 소설이다.

디아스포라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이자 그리스어이다. 구약에서 유대인 칭하며, 21세기를 대표하는 사회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전쟁과 억압, 그리고 환경 때문에 고국을 떠나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파친코 또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의 가족 간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민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디아스포라 소설이다.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의 차별과 억압을 짊어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 또한 외국인 차별 문제를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국을 떠나 일본에 살며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은 재일교포들의 억압의 삶을 안타까움과 가슴 아픈 일들로 여기고 있는 우리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선민 작가의 말처럼 우리 국민이 해외의 다른 곳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공평하고 평등한 사람으로 대우받기 위해선 우리 또한 이러한 차별을 버리고 그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대해야만 한다.

 

자이니치 코리안의 굴곡진 삶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원문으로는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지만 새 번역판(신승미 번역)에서는 "역사는 우리는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번역을 했다. 이민진 또한 자신의 인생 전부를 들여 쓴 소설이기에 번역 출간에 정확하게 소개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학사상의 이미정 번역본을 읽은 후 새로운 번역판(신승미 번역)은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이번에 번역된 내용은 이전 번역본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준다. 눈으로 인쇄된 활자를 읽는 느낌과는 다르게 오디오북은 전문 성우들이 직접 대화식으로 표현을 해 주니 인물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음 세대가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해야 할까?

이민진 작가는 "재일교포의 삶의 경험은 무척이나 독특한 특징이 있다. 재미교포 혹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교포들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재일교포 커뮤니티에서 많은 편지를 통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재일교포의 역사는 단순하게 좋은 편과 나쁜 편이 있는 것이 아닌 아주 복잡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의 역사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어떻게 일제강점기를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던 사람들, 즉 부도덕한 일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스스로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일들의 선악을 떠난 올바른 교육을 통해 혐오의 역사라는 감옥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켜야 하며, 자신만이 희생자라는 생각이 또 다른 감옥이 될 수 있다는 이민진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파친코1.2

 

이 시대의 청년들은 어떤 시각으로 파친코를 읽어야 할까 ?

역사 문제와 정체성에 관심이 많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의 연결의식이 없는 정체성은 무의미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조상들이 경험한 삶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며, 그들이 불평등과 불공평등에 저항했던 경험들이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1989년까지의 100여 년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 이야기를 그린 파친코를 읽으며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재일동포들의 삶을 조금은 알게 해준 소설이다. 또한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느낀 소설이기도 하다. 남편 이삭의 묘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난 삶을 회고하던 선자는 경희(이삭의 형인 요셉의 아내)가 기다리고 있음을 떠올리며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우리의 조상들은 오래도록 고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우리 또한 그들의 삶과 연결된 연장선에서 계속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인생의 시간은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walden7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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